[뉴스비전e] 웰빙 혹은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클로닌져 교수는 ‘웰빙 코칭 프로그램’을 통해 아주 구체적으로, 아주 친절하게, 그리고 개인의 성공담이 아닌 누구나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웰빙코칭 프로그램은 아직 우리나라에 소개된 적이 없어 매우 생소한 개념이지만 웰빙이란 말만 듣고 '잘 먹고 잘 살자'는 우리나라식 웰빙을 떠올리면 큰 오산이다.

웰빙코칭 프로그램에서는 '성격=성품'의 각 차원을 성숙시키기 위해 해야하는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가르치고 연습하도록 하고 직접 경험하게 하면서 깨닫게 한다. '성격=성품'의 각 차원을 향상시키는 구체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 즉 성품을 향상시키기 위해 우리는 일시적인 쾌락(pleasure)이 아닌 지속적인 만족감(satisfaction)을 주는 가치있는 무엇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즉 맛있는 음식 혹은 명품옷과 가방 등을 소비할 때 오는 쾌락은 일시적이고 오래가지 못하며, 현재의 쾌락 상태에 오래 노출되다 보면 더 짜릿하고 높은 수준의 쾌락 상태를 찾기 위해 갈구하고 탐닉하게 되어 궁극적으로 중독상태를 유발하게 된다. 반면에 만족감은 쾌락과는 달리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닌 자신의 내부에서 오며, 쾌락에 비해 훨씬 지속적이며, 만족감을 주는 상태에 놓여있지 않더라고 쾌락처럼 중독상태를 유발하지 않는다.

그러한 내부에서 오는 만족감을 주는 가치를 클로닌져 교수는 ‘사랑, 희망, 믿음’이라고 제시한다. 사랑(love)이란 '성격=성품' 차원의 연대감을 높이는 가치로, 우리는 사랑에 빠지면 자신과 타인이 연결되어 있으며, 내가 그 모든 것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게 되어, 자신과 타인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능력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게 된다.

즉 자신의 연속선 상에서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사랑을 생활 속에서 녹여내기 위해 클로닌져 교수는 첫 단계로 이웃사랑을 실천에 옮길 것을 권유한다. 아주 작은 배려의 행동, 예를 들면 공익광고에 흔히 나오는 무거운 물건을 들어주고, 버스에서 내리는 벨을 눌러준다거나,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받으면 고맙다고 이야기하기 등과 같은 남을 배려하고 도와주는 일을 실제로 하루에 몇 번씩 꾸준히 실천해 보라고 이야기한다.

두 번째로 희망(hope)이란 '성격=성품' 차원의 자율성을 높이는 가치로, 우리는 저마다 세운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다 보면, 때로는 실패하고 좌절감을 맛보며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자포자기 상태에서 자신을 혹은 타인을 비난하게 된다. 그러나 희망이라는 가치를 목표로 둔 개인은 이때 자신이나 타인을 비난하지 않으면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오늘의 실패를 뒤로하고 내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클로닌져 교수는 말한다.

즉 좌절감을 맛보는 어려운 일을 경험하게 되어도 물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처럼 부정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새로운 태양이 내일 다시 떠오른다는 자세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을 당부한다.

세 번째로 믿음(faith)이란 '성격=성품' 차원의 자기초월을 높이는 가치로, 대개 우리는 남의 말이나 권력에 쉽게 귀를 기울여 믿고 따르지만, 진정한 믿음은 자신의 내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내가 처해 있는 사회적 상황에서만 통용되는 외부에서 제시된 기준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행동으로 옮기라는 의미다. 이를 위해 클로닌져 교수는 주변에 일어나고 일들을 들어보고 바라보고 느껴보고 체험하며 깨닫고 자각하라고 이야기한다.

즉, 클로닌져 교수는 좋은 '성격=성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쾌락이 아닌 만족감을 느끼며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갈 필요가 있는데, 이것이 진정한 웰빙이고 행복이라고 보았다. 또한 좋은 '성격=성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연대감, 자율성, 자기초월의 성격 차원을 발전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각각 사랑, 희망, 믿음의 가치를 일상생활에서 자각하고 실천하라고 이야기한다.

클로닌져 교수는 이러한 자각과 실천을 위 그림의 5가지 영역에서 점검해 보도록 권유한다. 즉 첫 번째인 성적 영역(sexual plane), 두 번째인  신체적/물질적 영역(corporeal), 세 번째인 정서적 영역(emotional plane), 네 번째인 지적/의사소통 영역(intellectual/communicative plane), 다섯 번째인 영적 영역(spiritual plane)에서 살펴보도록 독려한다. 즉, 클로닌져 교수는 우리는 이 5가지 영역에서 우리 자신의 특성을 자각해야 하며, 이 5가지 영역을 고루 깨닫고, 그 경계를 넓혀 나감으로서 웰빙의 삶 혹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맛집과 경치를 찾아다니며 웰빙한다는 우리의 모습을 대입시켜 보면, 맛집과 경치는 말 그대로 내 미각과 시각을 기쁘게 하는, 두 번째 단계인 신체적 욕구와 쾌락의 경계를 넓혀나가는 데 초점이 맞춰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자기합리화와 해석의 동물인 우리는, 위의 설명을 다 읽었기 때문에 잽싸게 다음처럼 대답할 수 있다. ‘나는 맛집에서 멋진 사람과 좋은 감정을 나누면서(3단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2단계) 서로 나누는 생산적인 대화를 통해(4단계) 나중에 힘든 순간에 부딪혔을 때 이 순간을 돌아보며 내일의 힘을 얻는다(5단계)’고 말이다.

또한 좋은 경치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멋진 경치를 보면서 대자연 속에서 나란 존재의 미약함을 겸손하게 받아들이면서 그래도 순간순간 충실하게 살아가겠다고 다짐한다면 당신은 영적 영역까지 포함해 네가지 영역을 골고루 자각하면서 지극히 웰빙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단계는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져야 적절하다고 할 수 있으므로 여기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겠다.

그렇다면, 다섯 단계를 골고루 체험하고 자각하기 위해 우리는 반드시 멋진 곳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할까? 반드시 비행기를 타고 우리나라를 떠나 외국의 멋진 경치를 보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이런 경우에는 신체적/물질적 영역에만 치우쳐 진정한 웰빙에서 멀어지기 쉽다.

클로닌져 교수는 한두 가지 영역에만 머물거나 고착되는 것을 경계하고, 내가 사용하지 않는 영역으로 한계를 넓히기를 조용히 독촉한다. 물론 겉으로는 우리가 처한 사회적 지위에 따라 남들의 부러움을 유발한 그럴싸한 말들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당신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 말을 스스로 얼마나 믿고 있는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즐겨찾는 음식이나 경치를, 마음이 통하는 누군가와 즐겁게 누리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는 대화를 나눈다면, 그리고 그 순간의 기억을 두고두고 기억하면서 삶이란 과정을 덤덤하게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면 바로 이것이 진정한 웰빙일 것이다.

 

◆ 이수진 교수는...

경성대 심리학과 교수.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원에서 임상심리 전공으로 석,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시 교육청 청소년상담센터에서 전문상담원으로 일했으며 한양대 및 신촌세브란스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임상심리 전문가 수련 과정을 마쳤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 임상심리사이며 한국심리학회 임상심리 전문가 및 학교심리 전문가다. 미국의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웰빙센터에서 방문교수로 있으면서 클로닌저(Cloninger) 박사의 기질 및 성격 검사(TCI)를 본격적으로 접한 후, 성격이 개인 적응에 미치는 영향을 다방면으로 연구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사상의학과 심리학을 접목해 인간을 과학적이면서도 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저서로 《정신건강과 상담》(2013), 《피해자진술조력》(2015), 《현장실습》(2015)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이상심리 사례연구》(2018)가 있다. 2018년 세계인명사전인 《Marquis Who’s Who》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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