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 좋은 성품을 가지면 웰빙하며 살 수 있다는 말이냐. 음… 인격적으로 성숙하면 좋지만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않아도 나는 먹고 사는 데 전혀 지장 없다고 생각하는 독자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겐 웰빙과 똑같은 말인 행복하게 살고 싶은지를 묻는다면, 누구나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아, 도대체 성숙해지는 것과 웰빙, 행복해지는 것이 무엇이지? 여기에는 우리가 아는 맛집 이야기도 없고 멋진 경치 이야기도 없는데 웰빙 혹은 행복을 찾으라고 하니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인 것 같지만 그래도 뭔가 끌리는 것이 있다.

클로닌져 교수는 우리는 행복해지고 싶다면 훈련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역시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저절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TCI 차원에서 이야기한다면, 성격 차원의 자율성, 연대감, 자기초월의 점수를 높여 인격적으로 성숙해진다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클로닌져 교수는 훈련과 연습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소크라테스의 유명한 명언인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처럼 자신의 인성 특성을 자각하고, 그 한계에 도전하면서 행복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지 않겠냐는 것이다. 음… 여전히 어렵다면, 어떤 상황에서는 장점으로, 어떤 상황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하는 자신의 기질적 특성을 알고 그 한계를 넘어서도록 연습을 하다보면 인격적으로 성숙한 성품을 가지게 되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새로운 걸 좋아해 수업시간에 따분하게 가만히 앉아 있기보다는 뭔가 재미있고 신기한 걸 찾는 아이를 떠올려 보라. 분명 그 친구는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기 보다 교실 밖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찾아다닐 것이다. 즉 자극추구 기질이 높다는 뜻일 것이다. 이런 특성에 선생님의 핀잔이나 부모의 잔소리에도 끄덕없고 위험한 상황에도 ‘까짓거 인생 뭐 있어 한번 부딪혀 보는 거지 뭐’라는 강한 멘탈로 학창시절을 보냈다면(이건 위험회피 기질은 낮다는 의미다), 게다가 친구까지 좋아해 어렸을 때는 부모 말씀 좀 듣던 것 같았는데 사춘기가 되더니 불쑥 부모보다는 친구한테 올인해 친구따라 강남가는 태도로 일관해 살았다면 이건 사회적 민감성이 높다는 뜻이 된다.

여러분은 새로운 것만 찾아다니고, 뭔가 계속 일은 벌이는데 마무리는 안 되고, 이 사람 저 사람 좋아해 어울리지만 딱히 실리는 추구하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 떠오를 것이다. 적다보니 필자의 기질적 특성이 딱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면 이런 특성을 가진 모든 사람은 일은 마무리가 안되고, 사람관계에 중독되어 있으며, 귀는 얇아 돈은 팡팡 쓰는 그런 사람이 되는가? 그렇지 않다.

자신의 기질적 특성의 단점은 잘 조절해 장점으로 승화시키고, 장점은 더욱 발휘할 수 있도록 성격=성품을 발전시켜 나간다면, 우리는 자신이 갖는 기질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즉, 자신의 인생의 목표와 가치를 새롭게 함으로써, 인성을 변화시키면 타고난 특성에만 얽매여 살기보다는 좀 더 성숙하게, 행복하게, 웰빙의 삶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음… ‘그래 성공한 사람들 이야기가 다 그렇지’, ‘그건 그 사람이 잘나서 그런 거지 뭐~’, ‘아, 짜증나~ 나는 네가 아니다…’, ‘음… 맛집과 경치 찾아다니는 것 말고 뭔가 있는 줄 알고 지금까지 읽어왔는데…, 그놈의 맛집, 좋은 경치 찾기도 어려워 죽겠는데 뭔 노력을 더하라는 말이냐?’ 는 생각이 드신다면, 그래도 ‘행복해진다고 하니’, ‘지금까지 반이나 넘게 읽었는데, 에고 아깝다. 조금만 더 읽어보자.’ 혹은 ‘음… 흥미로운 걸. 구체적인 방법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드신다면 계속 다음을 읽어보시라.

 

◆ 이수진 교수는...

경성대 심리학과 교수.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원에서 임상심리 전공으로 석,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시 교육청 청소년상담센터에서 전문상담원으로 일했으며 한양대 및 신촌세브란스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임상심리 전문가 수련 과정을 마쳤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 임상심리사이며 한국심리학회 임상심리 전문가 및 학교심리 전문가다. 미국의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웰빙센터에서 방문교수로 있으면서 클로닌저(Cloninger) 박사의 기질 및 성격 검사(TCI)를 본격적으로 접한 후, 성격이 개인 적응에 미치는 영향을 다방면으로 연구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사상의학과 심리학을 접목해 인간을 과학적이면서도 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저서로 《정신건강과 상담》(2013), 《피해자진술조력》(2015), 《현장실습》(2015)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이상심리 사례연구》(2018)가 있다. 2018년 세계인명사전인 《Marquis Who’s Who》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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