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여기서 잠깐.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같은 단어를 정반대의 의미로 사용하고, 내용을 살펴보면 반대의 단어를 똑같은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종종 보게 되지 않는가?

이 글을 읽는 당신과 내가 같은 의미의 단어를 쓰길 바라면서 몇 가지 단어를 정리해 보자. 나름 교수가 쓰는 글이니 양질의 대학 수업이라고 생각하시고 조급함을 조금만 참고 너그럽게 읽어주시면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선 기질이란 타고난 유전적 성향이라고 생각해보자. 오른손잡이인 당신은 왼손도 쓸 수 있겠지만 평상시에는 오른손으로 글을 쓰고 화장실에 가서 볼일도 볼 것이다. 그러나 오른손을 다치게 되어 깁스를 하게 된다면 당분간은 왼손을 쓸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다친 손이 나으면 당신은 잽싸게 오른손잡이로 돌아올 것이다.

기질도 마찬가지다. 타고난 선천적 성향이라 다양한 주변 상황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반응을 하게 된다. 예를 들면, 엉덩이가 가벼워 한 자리에 오래 앉아있기 힘들다거나,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하는 것을 좋아할 수 있다. 위에서 설명한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이 이러한 기질에 해당된다.

이번에는 성격 또는 성품이란 의미를 살펴보자. 우리는 ‘성격이 변하는가, 아니면 변하지 않는가’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해본 적이 있을 터인데, 성격을 변하지 않는다고 본다면 '기질=성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성격이 변한다고 생각한다면, 즉 타고난 부분도 있지만 후천적인 영향을 더 많이 받아 변화될 가능성이 높은 성향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바로 TCI에서 말하는 성격으로, 이 성격 차원에서 높은 점수를 나타낸다면, 바로 그 부분이 인격적으로 성숙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마지막으로 인성이란 무엇인가. 인성이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격(personality)이다. 즉,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질이나 품성을 의미한다. 우리는 인성을 대개 성격이란 의미로 혼용해 사용하고 있는데, TCI라는 ‘기질 및 성격 검사’ 입장에서 보면 기질과 성격을 모두 합한 것이 인성이고, 그 인성이 우리가 흔히 성격이라 부르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자, 그렇다면 TCI의 기질과 성격=성품, 이 둘을 합한 인성이 무엇을 말하는지 개념이 잡히는가? 다시 TCI로 돌아가 보자. 클로닌져 교수는 자신의 인성 검사가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부단한 연구를 통해 드디어 1994년 성격=성품의 3가지 차원자율성, 연대감, 자기초월을 추가해 TCI를 개발하기에 이른다.

즉, 개인의 타고난 정서적 경향성 너머, 자신이 목표한 것을 성취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통제하고 조율할 수 있는 인간자율성, 사회의 일원으로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공감하고 협동할 수 있는 인간연대감, 자신을 우주 혹은 자연의 부분으로 받아들이며 결과보다는 과정을 즐기고 겸손하며 영적인 것을 가치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인간자기초월이라는 세 가지 인격적 성숙을 측정할 수 있는 검사를 만들어 내게 되었다.

성격=성품 개념은 읽다 보니 좀 익숙한 개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대학의 8조목에 나오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란 말이 떠오르지 않는가? 먼저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해 집안을 안정시킨 후에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니 우리는 분명히 잘먹고 잘사는 웰빙 이야기로 시작했고, 웰빙센터가 나오는 것 같더니, 그 웰빙센터를 만든 교수가 개발한 인성검사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마지막은 뜬금없이 동양의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로 연결되는 이 논리는 무엇이지?

눈치 빠른 독자는 아마 알아차렸을 것이다. 바로 성격=성품이 좋으면 웰빙할 수 있다는 그런 질문 아니냐고? 웰빙하면 결국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기 때문에 천하를 평정한 것과 다를바 없는 것 아니냐고? 바로 맞혔다.

 

◆ 이수진 교수는...

경성대 심리학과 교수.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원에서 임상심리 전공으로 석,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시 교육청 청소년상담센터에서 전문상담원으로 일했으며 한양대 및 신촌세브란스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임상심리 전문가 수련 과정을 마쳤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 임상심리사이며 한국심리학회 임상심리 전문가 및 학교심리 전문가다. 미국의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웰빙센터에서 방문교수로 있으면서 클로닌저(Cloninger) 박사의 기질 및 성격 검사(TCI)를 본격적으로 접한 후, 성격이 개인 적응에 미치는 영향을 다방면으로 연구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사상의학과 심리학을 접목해 인간을 과학적이면서도 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저서로 《정신건강과 상담》(2013), 《피해자진술조력》(2015), 《현장실습》(2015)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이상심리 사례연구》(2018)가 있다. 2018년 세계인명사전인 《Marquis Who’s Who》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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