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한국에 웰빙 바람이 신나게 불고 있을 때, 좋은 음식 먹고 좋은 곳에 가는 것만이 웰빙일까 하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지나친 상술에 눈살 찌푸리면서도 모두 맛집나들이 가는 대열에 나만 동참하지 않는 건 왠지 아닌 것 같아 한두 번은 여행사에 몸을 맡겨보았을 것이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웰빙이란 ‘최근의 바쁜 일상과 인스턴트식품,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의 행복한 삶’을 의미한다고 한다. 바쁜 일상을 벗어나 맛집에서 좋은 풍경을 즐기는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면 행복해질까? 맛집을 찾아다닐 경제적 여유나 시간이 없다면 우리는 행복할 수 없는 걸까?
이런 의문을 가지던 어느날 미국에 방문교수로 가게 되는 똑똑한 배우자를 둔 덕분에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세인트루이스에 가게 되었다.

미국 중부에서는 나름 아이비리 급인 워싱턴 대학교에서 심리검사를 만든 클로닌져(Cloninger) 교수의 연구실에서 남편과 같이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곳 연구실의 이름이 웰빙센터Center for well-being였다. 음… 정신과 의사가 맛집과 경치를 연구하나?

클로닌져 교수를 간단하게 소개하면, 생물학적 나이는 칠순이 많이 지났지만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팔팔한 60대의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아니 젊은 오빠 같은 인상을 풍기는 분이다. 그가 개발한 기질 및 성격 검사는한국에서도 TCI 검사가 출판되어 있어 마음만 있다면 검사를 실시하고 해석을 받을 수 있다는, 정신과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사용할 수 있으며, 생물학적 토대를 바탕으로 개인의 인성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사회적 요인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인성 검사다.

TCI는 4가지 기질 차원과 3가지 성격 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987년 처음 세상에 소개되었을 때는 자극 추구, 위험 회피성, 사회적 민감성이란 3가지 기질 차원만 가진 TPQ(ri-dimensional Personality Questionnaire: 세 가지 인성을 측정하는 설문지라고 해석해 두자)는 심리검사로 먼저 탄생했다.

이때 자극추구란 새롭고 신기한 것에 이끌리는 유전적 경향을 의미한다. 자극추구가 높으면 새롭고 낯선 것일지라도 열정적으로 탐색하고, 남들이 예견하지 못하는 숨어 있는 보상을 잘 발견한다. 그러나 욕구가 좌절될 때 쉽게 화를 내거나 의욕을 상실하고, 대인관계에서 불안정하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기 어려워할 수 있다. 위험회피란 처벌이나 위험을 회피하려고 행동을 억제, 중단하는 유전적 경향을 말한다. 위험회피가 높으면, 위험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조심스럽게 미리 세심한 대비를 하기 때문에 위험이 실제 현실로 나타날 때 사전 계획과 준비가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위험이 현실적이지 않을 때도 불필요한 걱정을 하기도 한다. 사회적 민감성이란 사회적 보상 신호와 타인의 감정을 민감하게 파악하는 유전적 경향을 의미한다. 사회적 민감성이 높으면, 사회적 관계를 더 쉽게 형성할 수 있으며, 타인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타인에 의해 자신의 견해와 감정이 곧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객관성을 상실하기가 쉽다.

기질 영역만 있는 TPQ를 가지고 열심히 연구하던 클로닌져 교수는 TPQ를 TCI로 업그레이드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을 접하게 된다. 어느 날 클로닌져 교수가 비서 남편의 TPQ를 채점하다 우연히 책상 한 구석에 있는 조현병 환자의 TPQ 프로파일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아니 이럴 수가. 두 사람의 기질 프로파일이 일치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한 사람은 잘 나가는 성공한 CEO로 아주 잘 살고 있는데, 다른 한 사람은 조현병 환자로 몇 십 년째 자신에게 치료를 받고 있다니.

클로닌져 교수는 자신의 인성검사가 타고난 특성뿐만 아니라 현재의 적응 정도까지 통합적으로 측정하는 검사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음을 깨닫고 부단한 연구를 통해 드디어 1994년 성격 차원을 추가해 TCI를 개발하기에 이른다.

 

◆ 이수진 교수는...

경성대 심리학과 교수.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원에서 임상심리 전공으로 석,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시 교육청 청소년상담센터에서 전문상담원으로 일했으며 한양대 및 신촌세브란스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임상심리 전문가수련과정을 마쳤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 임상심리사이며 한국심리학회 임상심리 전문가 및 학교심리 전문가다. 미국의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웰빙센터에서 방문교수로 있으면서 클로닌저Cloninger 박사의 기질 및 성격 검사(TCI)를 본격적으로 접한 후, 성격이 개인 적응에 미치는 영향을 다방면으로 연구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사상의학과 심리학을 접목해 인간을 과학적이면서도 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저서로 《정신건강과 상담》(2013), 《피해자진술조력》(2015), 《현장실습》(2015)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이상심리 사례연구》(2018)가 있다. 2018년 세계인명사전인 《Marquis Who’s Who》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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