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조장(鳥葬)은 새에게 장사지내는 것입니다. 새가 날아다니는 하늘로 가는 장례입니다.

티베트 사람들은 모두 하늘로 가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조장을 톈장(天葬)이라고 부릅니다. 하늘의 장례입니다.

나는 리탕이라는 마을에서 조장을 목격했습니다. 티베트 사람들이 아무데서나 조장을 치르는 것은 아닙니다. 빨간 부적이 그려진 비석을 세워놓은 곳에서만 해야 합니다.

라마승이 조장 의식을 진행했습니다. 시신이 장례식장으로 옮겨지면 대형 맹금류인 콘돌들이 하나둘 시신 주위로 모여듭니다. 시신의 목에다 붉은 천을 묶고 그 끝을 말뚝에 고정합니다. 기운 센 콘돌들이 시신을 끌고 가지 못하도록 한 것입니다.

라마승은 칼로 시신의 살을 여러 조각으로 자릅니다. 그러면 수십 마리의 콘돌들이 순식간에 달려들어 시신의 살점을 다 쪼아 먹습니다. 콘돌들이 일제히 물러나면 시신은 뼈만 남게 됩니다. 라마승은 곡물의 가루를 뼈에 발라 빻아 놓습니다. 그러면 다시 콘돌들이 몰려들어 뼛조각을 다 먹고 갑니다.

시체에서는 아무 냄새가 나지 않지만 펄럭이는 콘돌들의 날개짓에서 사람의 마지막 냄새가 독하게 납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조장’을 치면 잔인하게 비춰지는 그들의 모습과, 그들을 야만인으로 몰아가는 댓글을 볼 수 있습니다.

조장은 티베트의 척박한 자연환경이 만들어 낸 장례문화입니다. 해발 4,000미터인 이곳에는 나무가 한 그루도 자라지 못합니다. 땔감이 없으니 화장장은 엄두도 낼 수 없습니다. 기온이 낮아 시신을 땅속에 묻어도 썩지 않습니다.

조장은 하늘 가까이 살고 하늘을 숭배하는, 그래서 하늘로 가고 싶은 티베트 사람들의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조장을 주도하는 라마승은 망치로 뼈를 부수면서 ‘옴 마니 반메 훔’을 외웁니다.

외부 사람들, 특히 나처럼 카메라를 들고 조장을 촬영하려는 사람은 장지에서 50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아야 합니다. 원칙적으로는 조장을 촬영할 수 없습니다. 영혼이 사진에 남아 하늘로 가지 못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가족 중에 건장한 청년이 칼을 차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호기심에 촬영을 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칼을 빼들어 제지하기도 합니다.

나는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요. 택시기사가 길을 잘못 들어 나를 가족들이 있는 먼발치가 아니라 조장이 치러지고 있는 바로 그 현장에 내려준 것입니다.

나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광경에 몸이 굳어버린 채 카메라를 내려놓고 라마승이 조장을 치르는 과정을 말없이 보고만 있었습니다. 30분쯤 지나자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잠시 쉬고 있는 라마승에게 다가가 한국에서 온 사진작가인데 촬영을 해도 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라마승은 카메라를 내려놓은 채 경건하게 지켜본 나에게 호감을 느꼈는지 더 가까이 와 촬영을 해도 좋다고 했습니다.

나는 카메라 앵글을 맞추었습니다. 얼마쯤 지났을까. 갑자기 앵글 안에서 콘돌들이 뒷걸음치고 있는 것이 포착되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너무 가까이 다가간 것입니다.

라마승은 조장을 치르는 동안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윤회의 과정이라고 믿기 때문에 슬픔을 미소로 승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상 부문 수상자. 알피니스트. 신세대 유목민. 파키스탄 알렉스초등학교 이사장. 원정자원봉사자. 에세이스트. 

이름은 알렉스이지만 부산 사투리가 구수한 남자. 스무 살 때 해난구조요원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무작정 배낭을 메고 해외로 떠났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무엇이든 카메라에 담았다. 하늘, 햇빛, 바람, 구름, 그리고 사람들을 보며 깨달음을 얻었다. 

자연의 위대함에 겸손을 배우고, 하늘마을 사람들을 만나며 욕심을 내려놓고 소통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은 스승이 되었고 친구가 되었다. 척박한 환경과 가난 때문에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파키스탄에 알렉스초등학교를 지었다. 

65명의 학생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자선모임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여행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나누고 현지 아이들을 돕기 위해 서울에서 ‘알렉스 타이하우스’라는 태국음식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봉사단을 조직해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고산지역 오지마을로 식량, 의약품, 학용품을 전달하고 있다. 

현재 파키스탄 오지에 두 번째 알렉스초등학교를 짓기 위해 후원회를 조직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 머물며 김만덕기념관이 추진 중인, 지역 어르신 1,000명에게 장수사진을 찍어주는 ‘어르신 장수효도사진 나눔사업’에 재능기부 포토그래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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