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카오산로드에서 만난 좋은 친구가 있었습니다.

즐겨찾던 바에서 친구의 노래를 처음 들었습니다.

목소리에 반해 먼저 말을 걸었고 우리는 곧 친구가 되었습니다.

시내를 걷기도 하고 좋아하는 음악 이야기도 했습니다.

약속하고 만난 적은 없었습니다.

카오산로드에 가면 그 친구가 노래를 하는 바에서도 만나고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기도 했습니다.

연락처도 몰랐지만 우리는 분명 친구였습니다.

해마다 카오산로드를 찾았던 나는 다시 친구와 길에서 마주쳤습니다.

친구는 길에서 기타를 치는 다른 사람과 함께 공연하고 있었습니다.

근처에 있는 바에서 일하는 친구가 밖에서 노래하고 있는 것이 의아해 물어보았습니다.

옆에 있던 기타리스트가 사라진 뒤에야 친구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거리의 악사인 자신의 친구 사정이 딱해 도와주고 있었다고.

그렇게 마음 착한 친구였습니다.

이듬해 다시 카오산로드에 갔습니다.

멀리서 기타 치는 사람이 보였습니다.

내 친구의 옆에 있던 기타리스트였습니다.

친구를 보고 싶은 마음에 전속력으로 뛰었습니다.

기타리스트도 나를 알아봤는지 웃으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내 친구는 없었습니다.

친구가 올 때까지 쭈그려 앉아 기타 연주를 들었습니다.

친구는 끝내 오지 않았습니다.

그제야 이상한 것을 느낀 나는 친구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내 친구는 죽었다고 했습니다.

늘 그곳에 있어줄 것 같던 친구는 이제 없습니다.

친구의 빈자리라도 담아 보고 싶어 셔터를 눌렀습니다.

내 친구가 떠난 후, 혼자 남아 연주하는 기타리스트의 모습이 쓸쓸해 보였습니다.

친구의 자리는 비었고 노랫소리도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기억하는 한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상 부문 수상자. 알피니스트. 신세대 유목민. 파키스탄 알렉스초등학교 이사장. 원정자원봉사자. 에세이스트. 

이름은 알렉스이지만 부산 사투리가 구수한 남자. 스무 살 때 해난구조요원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무작정 배낭을 메고 해외로 떠났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무엇이든 카메라에 담았다. 하늘, 햇빛, 바람, 구름, 그리고 사람들을 보며 깨달음을 얻었다. 

자연의 위대함에 겸손을 배우고, 하늘마을 사람들을 만나며 욕심을 내려놓고 소통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은 스승이 되었고 친구가 되었다. 척박한 환경과 가난 때문에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파키스탄에 알렉스초등학교를 지었다. 

65명의 학생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자선모임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여행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나누고 현지 아이들을 돕기 위해 서울에서 ‘알렉스 타이하우스’라는 태국음식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봉사단을 조직해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고산지역 오지마을로 식량, 의약품, 학용품을 전달하고 있다. 

현재 파키스탄 오지에 두 번째 알렉스초등학교를 짓기 위해 후원회를 조직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 머물며 김만덕기념관이 추진 중인, 지역 어르신 1,000명에게 장수사진을 찍어주는 ‘어르신 장수효도사진 나눔사업’에 재능기부 포토그래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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