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율곡이 벼슬을 사양하고 파주로 물러나 있을 때였다. 하루는 최황이란 사람이 찾아와 율곡과 함께 밥을 먹게 되었다. 반찬이 너무 빈약해 최황은 젓가락 갈 곳이 없어 한마디 했다.

“이렇게 곤궁하게 지낼 수가 있습니까? 반찬도 없이……”

율곡이 말했다.

“해가 지고 난 뒤에 먹으면 맛이 있네!”

율곡이 해주 석담에 살 때였다. 언제나 점심에는 밥을 먹지 않았다. 양식이 모자라 죽도 끓이지 못할 때도 있었다. 이것을 알게 된 재령 군수가 쌀을 보내주었다.

군수는 율곡이 어릴 적 사귄 사람이었다. 자제들은 양식이 끊어진 차에 쌀이 들어오니 반가웠는데, 율곡은 두 말 않고 쌀을 돌려보냈다.

자제들이 까닭을 묻자 율곡이 말했다.

“장물(臟物)을 주고받는 것은 중죄다. 수령이 나라 곡식 아닌 다음에야 무슨 곡식이 있겠느냐? 나라 곡식을 내가 어찌 받을 수 있겠느냐? 시장한 채 견디며 살고 말 일이다.”

 

◆ 저자 김을호

독서활동가(WWH131 키워드(패턴) 글쓰기 개발자) 서평교육, 청소년·학부모·병영 독서코칭 전문가

독서에도 열정과 끈기,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독만권서, 행만리로, 교만인우(讀萬券書 行萬里路 交萬人友, 만 권의 책을 읽었으면 만 리를 다니며 만 명의 친구를 사귀어보라)’를 실천하는 독서활동가. 

대학원에서 학습코칭전공 주임교수로 재직했다. ‘책 읽는 대한민국’을 꿈꾸며 ‘책 읽는 우수 가족 10만 세대 선정’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국민독서문화진흥회 회장으로 독서문화 진흥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제21회 독서문화상’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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