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어느 날 지인이 고향에 계신 아버지로부터 상속을 받은 땅이 있다는 연락을 주었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계신 아버지가 나이가 드시자 돌아가시기 전에 형제들에게 가지고 있던 땅을 물려주기로 한 것이다.

땅을 물려 받게된 지인은 나에게 현재 땅의 상태가 어떤지 물어보았다. 그가 알려준 땅의 정보로 일단 현황조사를 시작했다. 1차 조사로 인터넷으로 위치를 확인하고 위성사진을 살펴보았다.

땅의 용도지역은 보전관리지역으로 산지 중턱에 위치했다. 뒤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산지는 지목상 임야로 되어있다. 보통 지목이 임야인 산지의 용도지역이 보전관리지역이나 농림지역이 많다.

지인의 땅은 그나마 보전관리지역으로 산지전용허가를 받아 단독주택(즉 1~2층 규모의 집)을 지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요즈음 땅의 현황조사는 IT기술이 좋아져서 인터넷 하나로 위성사진, 위치, 주변개발현황 등을 간편하게 조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산지의 경우 인터넷 현장사진, 위성사진이 예전에 찍힌 자료일 수 있어 직접 현장을 방문해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지인의 땅을 시간을 내어 같이 현장을 방문했다. 직접 내 눈으로 본 현장은 역시 위성사진과 달랐다. 다 보고 나서 나는 지인에게 아쉬운 말을 전해야 했다.

“이 땅에 1~2층 형님이 사실 단독주택은 건축이 가능할 것 같은데요. 다만 지금 보니 이 땅은 맹지네요. 산 아래에서 이 땅까지 차로 연결되는 진입도로가 없네요. 도로개설이 되어야 허가가 가능할 거 같아요.”

위에 보이는 지도에서 당신이라면 A, B 토지 중 어떤 것을 고르겠는가?

A와 B 땅의 용도지역은 자연녹지지역이다. A는 땅의 면적은 넓지만 주도로에서 진입도로가 어렵다. 반면, B는 땅의 면적은 작지만 메인도로에서 바로 접근이 가능하다.

보통 땅이 넓으면 좋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접근이 어려우면 쓸모가 없는 맹지가 된다. 접근을 위한 도로를 개설하려면 도로에 포함되는 땅을 사거나 소유자들에게 사용동의를 얻어야 하는 어려움이 생긴다.

당연히 답은 (B)다. 도로에서 바로 접근이 가능한 땅은 인허가를 받기도 쉬워서 개발이 용이하다. 땅과 도로는 늘 붙어다니는 불가분의 관계다. 아무리 좋은 위치의 땅이라도 도로와 접근이 쉬워야 그 활용가치가 올라간다.

나도 땅을 검토할 때 다음 조건과 같은 도로가 있는 경우 활용도가 높다고 이야기한다.

1. 원래 지적상 지목이 도로(도)로 되어 있는 도로

2. 국공유지(국가, 시 소유땅) 소유 도로

3. 원래 있던 현황도로

이 세 가지 범위에서 벗어나는 경우는 현황과 지적상의 도로 차이를 검토해 활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특히, 지적도상 도로와 현황도로 둘다 있는데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측량을 통해 확인이 꼭 필요하다.

그 땅에서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건축법상 4m도로가 필요하다. 본인의 땅에 2,000㎡ 이하 건축물을 건축하는 경우 가능한 도로로 인정하는 위해서 땅이 2~4m도로에 접해야 한다. 2,000㎡ 이상인 6m 이상 도로에 땅이 4m 접해야 하고, 이 도로와 접해야 하는 너비를 건축 규모에 따라 커진다.

 

◆ 황상열 칼럼니스트=197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도시공학(도시계획/교통공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14년 동안 각종 개발사업 인허가 업무와 다양한 토지 개발, 활용 방안을 검토했다. 땅에 관심이 많지만 잘 모르는 사람에게 땅의 기초지식을 알려주고, 쓸모없는 땅을 가지고 있는 지주에게 다양한 활용방안을 제시해 그 가치를 올려주는 선한 영향력을 주는 메신저가 되고자 한다. 저서로 《되고 싶고 하고 싶고 갖고 싶은 36가지》 《모멘텀》 《미친 실패력》 《나를 채워가는 시간들》 《독한소감》 《나는 아직도 서툰 아재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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