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
[인문학 특강★시민의 인성] 김승룡 교수① 연기(緣起)

[뉴스비전e 3·1운동 100주년 특집시리즈] 어느 날 같이 다(茶)를 나누던 가운데 툭 던진 말이 파란(波瀾)을 일으키기 시작했습니다.

“한문을 공부하면 사람이 착해진대! 진짜일까? 맞을 거야. 아니 맞는 말이어야 해. 그렇고말고. 옛사람들의 공부란 당연히 한문으로 된 글이 아니겠어? 그러니 이른바 배우면 착해진다는 것이 아니겠어? 굳이 한문을 공부하지 않아도 세상에 착한 사람은 많지 않나? 사람이 착해지는 게 꼭 한문교육 탓일까? 한문을 모르는 사람들은 착해질 가능성도 없는 것이야? 예전에 한문을 공부한다는 말은 지금의 고전, 특히 인문고전을 배운다는 말과 같은 뜻이 아닐까? 아니 ‘고전’이 꼭 책만 의미할까? 인간의 아름다운 정신적 성숙과 건강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인문적 내용을 담은 책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학문이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맞아, 고전이 꼭 옛 것만은 아니지. 시대와 공간에 따라 다르고, 다루는 영역마다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따지고 보면 옛 사람이 배웠던 ‘한문’은 모든 학문분야를 포괄하는 개념이지. 그런데 왜 고전을 공부하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무엇이 더 나은 사람일까? 아니, 그것을 위해 일차적으로 전제될 것이 있지 않을까? 착하다는 것이 그것일지도 몰라. 사람됨?!”

이른바 고전을 공부하는 사람들로서 그 속내는 대단히 복잡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언젠가부터 ‘고전’ ‘한문’ ‘전통’ 등의 수식어가 붙으면 낡은 것으로 간주해 왔습니다.

“고전은 오래된 미래다”라는 참신한(?) 슬로건이 세상의 호기심을 자극한 적도 있지만 식상한 레토릭이 되어버렸지요. 아직은 괜찮다고 강변할 수 있겠지만, 이미 그런 수식어가 붙은 책의 출간을 난감해한다는 전언이 들리는 것을 보면, 상황은 녹록치 않은가 봅니다.

사실 고전이 세련된 모습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지요. 아, 일모도원(日暮途遠)이라, 갈 길은 먼데 벌써 해가 지다니요! 햇살이 환히 빛나던 계절에 우리는 기적처럼 만났습니다.

의학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통해 생명의 가치를 탐구해 온 강신익 교수, 깊은 상상력의 확보를 통해 어린이의 철학적 사유 능력을 도모해 온 김회용 교수, 숲이 전하는 평등과 공생의 메시지를 전하려 노력해 온 최송현 교수, 하얀 여백과 고운 색채의 조화를 통해 마음의 치유를 추구해 온 이나나 교수, 인간의 심리에 대하여 과학적 이해 체계를 마련해 온 이수진 교수, 무예를 인성과 결합하며 치유의 가능성을 확인해 온 박귀순 교수, 한문고전 속 가치관의 사회적 환류와 인성 함양을 가르쳐 온 김성중 교수, 각자가 지닌 심리적 자원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일깨워 온 임정화 교수, 마음치유를 통해 영혼이 있는 한의학을 모색해 온 채 한 교수, 인간의 감정을 주목하고 한시의 위로 가능성을 찾아온 김승룡 교수!

우리는 전공하는 분야가 모두 다릅니다. 그럼에도 각자의 영역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고전과 치유! 질문의 동시성! 열 개의 차원은 하나의 시공간에서 만났고, 곧바로 서로 공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한 해가 흘렀습니다. 우리는 고전을 통해 인간의 심리를 치유하고 인격적 성장을 이루며 끝내 정신건강을 확보하고자 하는 학문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했습니다. 이를 잠정적으로 ‘고전 치유학’으로 부르기로 했지요.

여기서 ‘고전’은 인간의 아름다운 노력과 정신을 함축하고 있으며, 인간의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유형, 무형의 자산 모두를 말합니다. 따라서 전공분야를 막론하고 고전은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또한 시대나 공간에 따라 고전은 상대적으로 존재한다고 여기며, 고전의 절대성을 회의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이곳의 고전은 무엇인가를 묻고, 차후 고전 기반 인성 치유의 학문적 융복합을 도모하려고 합니다. 이른바 ‘치유’는 인간을 둘러싼 제환경, 제학문, 제분과의 입체적 접근을 통해서야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즉, 인간이 지닌 다양한 측면의 고전적 자산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 생각과 마음을 모았습니다.

 

◆ 김승룡 교수는...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고려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식 인’, ‘인간의 마음’, ‘로컬리티’ 등을 염두에 두고 《묵자》, 《사기》를 비롯해 한시 와 시화를 가르치며 고전지식이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음을 설파하고 있 다. 동아시아 한문고전의 미래가치를 환기하며 청년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려는 것 이나 한문교육이 인성을 증진할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김승룡 교수  laohu99@hanmail.net

<저작권자 © 뉴스비전e,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관련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