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인생은 참으로 빨리 지나간다. 이런 성찰은 우리 삶을 큰 그림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지금 여기에 관해서만 생각할 땐 큰 그림을 잊은 채 마치 술 취한 사람처럼 행동하곤 한다.

고대 스리랑카 아쇼카왕의 동생은 쾌락을 좇는 대다수 사람과 마찬가지로 권력을 탐했다. 권력이 있으면 어떤 욕망도 충족시킬 수 있으니까.

그는 형한테서 왕권을 물려받아 왕이 될 날만 고대했다.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왕은 동생이 붓다의 가르침을 이해하지 못하고 관심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동생에게 한 가지 교훈을 가르쳐주기로 했다.

어느 날 왕은 목욕하러 갈 때 목욕탕 밖에다 왕관과 옷을 놔두고 들어갔다. 그리고 신하에게 동생과 함께 왕관과 옷 옆을 지나갈 기회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두 사람이 목욕탕 앞을 지나갈 때 신하가 왕의 동생에게 속삭였다.

“아, 임금님 옷과 왕관이 저기 있군요. 목욕을 하시나 봅니다. 공(公)께서는 언젠가는 왕위에 오르실 분이니 저 옷을 한번 입어보시지요.”

왕의 동생이 말했다.

“그럴 수 없소. 중범죄에 해당하는 짓이오.”

신하가 다시 꼬드겼다.

“괜찮습니다. 한번 슬쩍 입어보세요. 아무도 모를 겁니다.”

동생은 못 이기는 척 왕의 옷을 입고 왕관을 썼다. 그러자 사전에 각본을 짜 놓은 대로 아쇼카왕이 목욕탕 밖으로 나와 소리쳤다.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냐? 이건 중범죄야! 네가 내 동생이긴 하지만 나는 법을 공정하게 집행해야 할 입장이다. 안 되었다만 너를 처형하겠다. 하지만 네가 그리도 간절하게 왕위에 오르고 싶어 하고 또 내 동생이기도 하니 이레 동안만 왕노릇을 할 수 있게 해주마.”

약속한 대로 이레가 된 날, 왕은 처형집행자를 곁에 세워두고 동생을 데려오게 했다. 동생이 오자 왕이 물었다.

“일주일 동안 왕노릇은 실컷 즐겼느냐?”

동생이 대답했다.

“며칠 후면 죽을 운명이라는 걸 알고 있는 판에 어떻게 즐길 수 있겠어요? 즐기기는 고사하고 잠도 잘 수 없었습니다.”

아쇼카왕은 동생을 풀어주며 말했다.

“일주일 후가 되었든, 일곱 달 후가 되었든, 27년 후가 되었든 결국은 죽음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는 판국에 너는 어떻게 쾌락에 빠져들 수 있느냐?”

우리는 모두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와 같은 신세다. 죽음을 향해 가는 신세임을 생각하면 누구나 정신이 바짝 들 것이다.

 

◆ 저자 김을호

독서활동가(WWH131 키워드(패턴) 글쓰기 개발자) 서평교육, 청소년·학부모·병영 독서코칭 전문가

독서에도 열정과 끈기,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독만권서, 행만리로, 교만인우(讀萬券書 行萬里路 交萬人友, 만 권의 책을 읽었으면 만 리를 다니며 만 명의 친구를 사귀어보라)’를 실천하는 독서활동가. 

대학원에서 학습코칭전공 주임교수로 재직했다. ‘책 읽는 대한민국’을 꿈꾸며 ‘책 읽는 우수 가족 10만 세대 선정’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국민독서문화진흥회 회장으로 독서문화 진흥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제21회 독서문화상’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저서로 《필사로 새겨보는 독서의 힘》 《독공법》 《아빠행복수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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