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독일 역사가 레오폴드 랑케(Leopold von Ranke, 1795~1886)는 ‘근대 역사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하루는 연구에 몰두하던 랑케가 머리를 좀 식힐까 하고 산책을 나갔다.

그러다 골목에서 한 소년이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우유배달을 하는 소년이었다.

“왜 울고 있니?”

“실수로 넘어져 우유병을 깨뜨렸어요.”

깨진 우유병을 물어줄 일이 걱정되어 주저앉아 울고 있었던 것이다.

“울지 말거라. 지금은 내가 산책하는 중이라 돈을 안 가지고 왔구나. 내일 이 시간에 여기로 나오면 내가 대신 우윳값을 배상해주마.”

“정말이에요?”

“그럼! 약속하마.”

랑케는 소년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랑케가 집에 돌아왔을 때 문제가 생겼다. 독지가가 보낸 편지를 본 것이다.

『당신을 만나본 후에 연구비를 후원하고 싶으니 내일 당장 만납시다.』

독지가가 제시한 연구비는 깜짝 놀랄 만큼 거액이었다.

랑케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지만, 순간 조금 전 소년과 한 약속이 떠올랐다.

후원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짐을 꾸려 먼 길을 떠나야 했기 때문에 소년과의 약속을 지킬 수 없었다. 고심하던 랑케가 독지가에게 편지를 썼다.

『대단히 고마운 일이지만, 나는 그 시간에 다른 약속이 있어 당신과 만날 수 없습니다.』

큰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가난한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기로 한 것이다.

절망하는 소년에게 희망을 갖게 해주는 게 역사학 연구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후원자는 랑케의 편지를 받고 나서 처음엔 몹시 불쾌했지만, 나중에 그 이유가 아이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함임을 알고 감동받았다.

그래서 처음에 제안했던 액수보다 배나 많은 후원금을 랑케를 만나지도 않고 보냈다.

그 후로도 독지가는 랑케를 계속 도와주면서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다.

◆ 저자 김을호
독서활동가 (WWH131 키워드(패턴) 글쓰기 개발자)
_서평교육, 청소년・학부모・병영 독서코칭 전문가

독서에도 열정과 끈기,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독만권서, 행만리로, 교만인우(讀萬券書 行萬里路 交萬人友, 만 권의 책을 읽었으면 만 리를 다니며 만 명의 친구를 사귀어보라)’를 실천하는 독서활동가. 

대학원에서 학습코칭전공 주임교수로 재직했다. ‘책 읽는 대한민국’을 꿈꾸며 ‘책 읽는 우수 가족 10만 세대 선정’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국민독서문화진흥회 회장으로 독서문화 진흥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제21회 독서문화상’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저서로 《필사로 새겨보는 독서의 힘》 《독공법》 《아빠행복수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