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톨스토이가 여행 중에 머물게 된 여인숙에는 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아픈 소녀가 어머니와 살고 있었다.

소녀는 톨스토이가 들고 있는, 백합 수가 놓여진 빨간 가방을 갖고 싶다며 울면서 어머니를 졸랐다.

가방은 친지의 유품이었지만 톨스토이는 투병 중인 소녀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다.

“며칠만 기다려 줄래? 며칠 후면 이 가방은 나에게 필요없어질 테니 그때 너에게 꼭 선물로 주마. 그러니 이제 그만 울렴.”

톨스토이의 말에 소녀는 울음을 그치고 방긋 웃었다.

톨스토이는 여행을 마치고 가방에 든 책과 물건을 꺼낸 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소녀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런데 소녀는 가방을 기다리다 이미 눈을 감은 뒤였다. 톨스토이는 그때 가방을 주지 못한 게 한스러워 소녀의 무덤을 찾아갔다.

무덤 앞에 선 톨스토이는 가방을 바치고 나서 무릎을 꿇고 말했다.

“늦어서 미안하구나!”

지켜보던 소녀의 어머니가 말했다.

“아이가 죽어 가방은 필요없게 되었으니 가져가세요.”

그러자 톨스토이가 말했다.

“따님은 죽었지만 저와 한 약속은 죽지 않았습니다.”

톨스토이는 생전에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사과하며 소녀의 무덤에 비석을 하나 세워 주었다.

그리고 비석에 이런 문구를 새겼다.

“사랑은 연기하지 말라.”

 

◆ 저자 김을호
독서활동가 (WWH131 키워드(패턴) 글쓰기 개발자)
_서평교육, 청소년・학부모・병영 독서코칭 전문가

독서에도 열정과 끈기,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독만권서, 행만리로, 교만인우(讀萬券書 行萬里路 交萬人友, 만 권의 책을 읽었으면 만 리를 다니며 만 명의 친구를 사귀어보라)’를 실천하는 독서활동가. 

대학원에서 학습코칭전공 주임교수로 재직했다. ‘책 읽는 대한민국’을 꿈꾸며 ‘책 읽는 우수 가족 10만 세대 선정’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국민독서문화진흥회 회장으로 독서문화 진흥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제21회 독서문화상’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저서로 《필사로 새겨보는 독서의 힘》 《독공법》 《아빠행복수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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