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김호성 기자] "중계무역에 대한 오해다" , "한국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했고, 미국 검찰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 

해외 지점에서의 1조원대 불법 무역거래 혐의와 관련해 지난 2014년부터 최근까지 미국 검찰로부터 이란제재법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는 기업은행이 해명 또는 반박을 할 때의 입장은 대개 위와 같은 취지였다. 

그간 기업은행은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인 이란에 10억달러를 송금한 사건과 관련해 한국에서는 사법처리를 받지 않았지만, 미국 검찰이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금융권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사건에 개입된 브로커 재미교포 정모씨는 2014년 5월 16일 대법원 판결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당시 정모씨에게 범죄혐의가 인정된 죄목은 ▲외국환거래법 위반(허위 수입신고), ▲관세법 위반 등 두 가지다. 

그런데 적어도 한국에서는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보여져 왔던 '이란 불법 송금' 이슈가 미국에서 '뇌물 수수' 의혹까지 더해져 논란이 되는 양상이다.  

뉴스비전e는 미국에서 제기되고 있는 논란과 기업은행의 입장을 정리했다. 

 

◆기업은행 前 고위 임원 등 정모씨로부터 뇌물 수수 여부 '촉각'

한국에서는 불법 송금 이슈에서 마무리 된 사건이, 미국에서는 이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정모씨(외국환 거래법 및 관세법 위반으로 실형 선고)가 기업은행 前 고위 임원 등 4명에게 뇌물을 줬다는 의혹 내지는 혐의 수준까지로 논란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사법당국(US Attorney)의 기소장을 인용해, 미국 정치 일간, 재미교포가 발행하는 신문사 등이  브로커 정모씨와 당시 기업은행 고위 임원간의 뇌물 의혹을 제기했다. 

 

브로커 정씨와 이란 기업인간 주고 받은 이메일이 언급되며 "기업은행 등도 인보이스 구매계약서 등이 위조된 것으로 알고 있다" 등의 내용을 근거로, 미국에서 기업은행 이란 송금 사건 관련해 '뇌물' 의혹 사건으로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은 "브로커와 이란 기업인간의 주고받은 메일일뿐"이라고 자사 前 임원과의 연관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브로커 정모씨에 대한 알라스카 법원에 제출한 기소장(Case 3:16-cr-00142-SLG-DMS)에는 뇌물 혐의 정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브로커 정모씨가 이란의 기업인에게 보낸 이메일(orchid*****@yahoo.com)들을 미국 국세청(IRS)과 검찰이 압수해 분석한 결과, "기업은행 등이 송금에 필요한 선하증권, 인보이스, 구매계약서 등이 조작된 것을 알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자들에게 달러당 3원~7원을 주기로 합의했다" 등의 내용이 담긴 이메일이 나왔다는 것이다. 

불법 송금액수 규모 10억 달러(당시 환율 적용시 1조940억원)를 '은행 및 정부 당국자에게 주기로 합의했다'는 이메일을 적용해 계산하면, 의혹이 제기되는 뇌물 금액 규모는 달러당 3원일 경우 30억원, 7원일 경우 70억원에 이른다.

브로커 정모씨와 이란 기업인간의 이메일에서는 브로커 정씨는 이는 은행 관계자 및 금융당국 등이 수출입서류 조작을 눈감아주는 대가라고 기재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은행 및 정부 당국자에게 뇌물을 주기로 했다"는 취지의 정씨와 이란의 기업가 사이의 주고 받은 내용일 뿐이다.  실제로 기업은행 前 임원 등에게 뇌물을 주었는지는 미국 사법당국이 조사해 사실 여부를 가려내야 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뉴스비전e의 이와 관련한 질의에 대해, 은행의 공식 입장을 전제로, "이는 정씨와 이란 기업인간의 주고받은 내용일 뿐 기업은행 前 임원이 실제로 합의했다는 내용이 아니다"며 "이미 (지난 2013년부터) 한국 검찰이 모든 내용들을 조사했음에도, 기업은행과 관련해서는 불기소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기업은행 전 임원이 브로커 정씨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며 "이와 관련해 보도한 미국 매체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중이다"고 강조했다. 

 

◆前 임원 뇌물 수수 의혹이 제기됐는데... 은행이 나서 법적 대응 검토

기업은행이 분명하게 설명한 입장은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기업은행 前 임원이 이란 불법 송금 관련 브로커 정모씨에게 뇌물을 받은 사실이 없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허위 사실임으로, 이를 보도한 미국 매체를 대상으로 현지 법무법인을 통한 법적 대응을 검토중이다", ▲"미국 검찰이 뇌물 혐의 등으로 기업은행을 대상으로 기소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이미 무혐의 처분됐다" 등이다. 

기획재정부가 51.81% 지분을 보유한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이렇게 강하게 주장하는만큼 신뢰를 갖고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게 맞을 것이다. 

그러나 다소 의문이 남는 점은, 정모씨와 이란 기업인간 이메일을 내용을 기반으로, 뇌물 의혹의심을 받고 있는 당사자는 법인인 기업은행이 아닌, 브로커 정씨와 기업은행 前 임원인데, 당사자보다 한 발 거리가 있는 기업은행이 직접 나서 법적 대응을 검토중이라는 점이다.  

두번째는 이와 관련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판단하는 가장 큰 근거로 "한국 검찰도 브로커 정모씨와 이란 기업인간의 이메일 등을 샅샅히 살폈고, 이에 따라 前  임원의 계좌도 조사를 했을 것임으로, 이 과정에서 혐의가 나왔다면 기업은행 및 前 임원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기업은행이 설명하는 과정이다. 

이를 설명하면서 기업은행 관계자는 "뇌물 관련 이메일은 브로커 정모씨가 이란 기업가로부터 (불법 송금) 수수료를 한번 더 받기 위해 보낸 것일뿐, 기업은행의 前 임원과의 관계는 없다" 라고 선을 그었지만, 정작 정씨에 대한 판결문에서는 "브로커 정모씨가 불법송금 수수료를 한번 더 받기 위해, 이란 기업인에게 이메일을 보냈다"는 취지의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즉 "브로커 정씨가 본인이 한번 더 불법송금 수수료를 이란 기업인으로부터 챙기기 위해 사실이 아닌 내용을 이메일로 보냈다"는 기업은행의 설명과, 정씨에 대해 ▲외국환거래법 위반,▲관세법 위반 두가지 죄목만 기재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1·2심 판결문이 매끄럽게 이어지지는 않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뇌물 여부를 차치하고도, "기업은행 등의 관계자가 문제가 된 송금을 위해 필요한 서류가 조작됐음을 잘 알고 있다"라고 적힌 이메일상의 내용을 미국 사법당국이 어떻게 판단할지도 관건이다. 이 부분은 알았어도 문제 소지가 남고, 몰랐다고 해도 은행 거래 시스템상의 지적은 남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 시작된 기업은행에 대한 미국 검찰 조사에 대한 통보 아직 나오지 않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미국 검찰이 기업은행에 대해서도 기소를 할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前 임원이 정모씨로부터 뇌물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국 사법당국에서는 기소단계도 가지 않았지만... 향방은?

한국 사법당국은 외환거래법 및 관세법 위반 수준에서 마무리한 사건이 미국에서 뇌물수수 의혹으로 확대되면서, 이 사건을 바라보는 양국간의 시각에는 다소 차이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외환거래법, 관세법에 한정했을 경우는 불법송금이라고 하더라도 각국의 실익에 따라 양국간 '정서적 해석'을 고려하는 시각도 있을 수 있겠지만, 뇌물 의혹은 한국과 국책은행의 이미지가 실추될 우려가 높다. 

국책은행 고위 임원을 비롯 정부 당국자까지도 오르내리고 있는 만큼, 국제 사회와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각인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의 설명대로, 한국 사법당국이 뇌물 의혹을 포함해 모든 혐의를 이미 조사했다고 하더라도, 미국 사법 당국과의 최종적으로 판단이 다르게 나올 경우, 양국간 간극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문제다. 

 

법원 '범죄일람표' 에 기재된 브로커 정씨 계좌로 들어온 금액과 송금된 금액 비교 <단위 / 원>

일각에서는 서울중앙지법 2심 판결문에 '범죄일람표'로 첨부된 재미교포 브로커 정모씨가 이란으로부터 받은 외화 총액과 송금한 총액의 차이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범죄일람표'에 적혀 있는 숫자를 보면, 브로커 정씨에게 들어온 이란 불법자금은 원화로 1조940억원인데, 정씨로부터 빠져나간 금액은 1조700억원으로 240억원이 모자란다. 

그런데 법원이 정씨에게 선고한 추징금 액수는 57억원으로, 환전 수수료 등을 감안하고도 상당히 많은 돈이 어디로 갔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판결문에서는 "압수된 증 11 내지 43호를 몰수한다"라고만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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