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이미정 기자] 올해 하반기 예고된 5G 주파수 경매를 앞두고, 정부가 이에 대한 방식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동통신사들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과거 지적됐던 '주파수 장사'라는 비난을 듣지 않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과거 경쟁 입찰 방식을 보완해, 새로운 주파수 경매 방식에 대한 제의도 이어지고 있다. 

 

◆"주파수 경매 설계부터가 5G 성패 결정"

<자료 / 과기정통부>

 

주파수경매는 공공 자원인 주파수를 정부가 통신사로부터 사용료를 받고 경매해 할당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의 경우, 이동통신사에 대한 주파수 경매는 유료로, 공공적 목적으로 인정한 방송에 대해서는 무료로 할당한다. 

경매낙찰가는 수천억원에서 조단위로 형성되는 경우가 있다. 

경매에서 간혹 무리한 출혈을 일으킬 경우, 주파수를 할당받기 위한 재원으로 한꺼번에 많은 돈을 들이게 되고, 이후 통신장비 설치 등 인프라 투자자금이 고갈돼 전체적인 통신 산업이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사진 / LG유플러스>

사업자 가운데에는 입찰에 나섰다가 다소 과열 경쟁으로 할당 대금이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경매 도중에 포기를 선언하거나, 낙찰을 받고 난 이후에 투자 여력이 없어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2000년대 후반, 3G 주파수 경매에 참여했다가 중간에 스톱한 옛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의 사례다. 또 지난 2016년 700MHz 대역의 유찰도 이와 같은 사례중 하나다. 

그간의 동시입찰오름방식(SMRA)은 경매 방식과 유사하게 주파수를 할당 받기를 희망하는 통신사들이 가격을 올려 쓸수록 낙찰 가능성이 높도록 하는 구조의 방식이다. 

가격을 높이 쓸수록 정부에 귀속되는 금액이 많아지게 되고, 반면 통신사는 낙찰 받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쓰게 되기 때문에 이후 사업 투자 여력이 대폭 줄어들수 밖에 없는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주파수 장사한다' 라는 표현까지 해왔다. 

 

◆무기명블록방식, 기존과 다른점은 무엇?

 

<사진 / SKT>

최근 KISDI가 내놓은 자료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주파수 경매 때부터 과열경쟁을 유도할 소지가 높은 '동시오름입찰' 대신 무기명 블록 방식에 대한 검토 필요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영향력 있는 연구기관의 제안인만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를 받아들일지에 대해서도 첨예하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도 하다. 

무기명블록방식(CRMA)은 덴마크에서 적용한 사례가 있는 방식으로, 사업자마다 필요한 주파수 양을 확보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최대한 인접한 대역을 할당할 수 있도록 하는데 취지가 있다. 

현재 5G 주파수 대역은 저주파 대역(3.5GHz 300MHz 폭)과 고주파 대역(28GHz 대역 1GHz)이 경매대상으로 확정된 상태다. 

주파수는 대역마다 여러 가지가 존재하고, 이를 각 이동통신, 방송 등 여러 용도로 구분해 사용한다. 각 통신사들 역시 기존부터 보유해온 주파수 대역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5G 대역을 받을때 기존 주파수와 연계해 사용할 수 있는 비슷한 대역이면 더욱 사업성이 높아진다. 

<사진 / 3GPP 홈페이지>

더구나 지난해 12월 5G 표준화 기구인 3GPP에서 LTE와 5G를 일정 수준 혼용하는 NSA(논 스탠드 얼론) 방식에 대해 표준화했다는 점에서, 기존 주파수 대역과 비슷한 위치를 할당 받기게 되기를 통신사들은 희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취지를 보다 더 많이 반영한게 무기명 블록 경매방식이라는 거다. 

무기명 블록 경매방식에서는 경매인인 정부는 공급하는 모든 대역에 대해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이를 위해 낮은 가격으로부터 높은 가격까지 입찰액을 차례대로 반영하면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지를 체크한다. 

특히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키기 위해 애시당초, 특정 주파수를 미리 정하지 않는게 특징이다. 

입찰자가 최초 써낸 가격을 기반으로 확정할 수 있는 것은 낙찰 받을 수 있는 주파수의 갯수일 뿐이다. 주파수 갯수를 정한 이후에야 비로소 대역의 위치를 결정하는 절차를 다시 진행한다. 

과거 방식의 경매에서 사업의 어려움을 겪어본 통신사들은 정부가 이번 5G 경매에서는 새로운 방식으로 변경하기를 내심 바라는 분위기다. 

이통사 관계자는 "5G 주파수는 초고주파 대역이 신규로 공급됨에 따라 수요 공급에 있어 많은 변수가 예상된다"며, "자칫 무리한 출혈로 이어질 수 있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산업이 안착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식으로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비전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