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박준상 기자] 미국이 망 중립성을 포기하자 마자, 페이스북이 국내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뜻을 밝혀 눈길을 모으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이 국내 인터넷접속제공사업자(ISP)와 망 이용 대가 협상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페이스북은 국내 1위 ISP 업체인 KT에만 소액의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해 왔다.

< 페이스북 본사 / Facebook Newsroom >

◆내년 VR 서비스 등 자체서비스 변화 놓고 둔 포석?

업계에선 그동안 국내 기업이 깔아놓은 인터넷망에 '무임승차'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페이스북이 갑작스레 입장을 바꾼 가장 큰 이유는 내년 초 출시될 가상현실(VR) 서비스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2018년 2월 전세계 10억명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선보일 VR 서비스 '오큘러스 고'는 유선이나 스마트폰을 연결하지 않고 자체 통신기능을 탑재한 제품이다.

가상현실 서비스인만큼 영상이 느려지거나 끊기지 않도록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사 서비스를 위해 우리나라 인터넷 사업자들과 망 사용대가 협상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향후 국내 ISP사업자와의 소송 미국으로 번질 가능성 미리 대비?

일각에선 미국이 '망 중립성' 정책을 포기한 것도 영향이 있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는 지난 14일 '망 중립성 원칙 폐기'를 의결했다. 이에 따라 통신업체들은 특정 사업자에겐 인터넷 트래픽을 빠르게 전송해 주고 그 대가를 받을 수도 있게 됐다.

컨텐츠 사업자인 페이스북은 당연히 비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현재 페이스북은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사업자들과 함께 '폐기 무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선 "VR서비스를 위해 안정적인 네트워크 확보도 필요하지만, 만일 페이스북이 지금처럼 우리나라 네트워크를 거의 무상으로 그냥 사용하다가 미국내 법원을 통해 소송을 당했을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ISP업체들이 미국 법원을 통해 페이스북이나 다른 컨텐츠 사업자들에게 소송을 걸고 들어올 경우, 미 행정부의 정책 변화로 인해 패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자체 분석에 따라 망 이용료 협상에 먼저 나선 것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기간통신사업자 관계자는 "앞으로 VR과 같이 트래픽 사용이 많은 서비스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에, 페이스북이나 넷플렉스, 구글, 유튜브 같은 컨텐츠 사업자로부터 발생하는 국내 ISP업체들의 뜻하지 않은 수혜도 상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페이스부의 행보를 놓고, 업계 관계자는 "뜻하지 않은 행운이나 복이 온다는 뜻을 가진 무망지복(毋望之福)이란 말이 가장 어울리는 상황"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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