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영화 '인턴'

[뉴스비전e 정선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일본의 전철을 밟아 고령화로 접어든 한국 사회가 이렇다 할 대책 없이 속수무책에 놓일 경우, 10년 뒤의 한국경제 성장률은 0.4%대 성장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올해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의 비중이 13.8%였던 것이 내년에는 고령 사회의 잣대가 되는 14%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여름,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인구 고령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은퇴 시기를 지금보다 늦추고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를 확대하며, 노동생산성을 현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하지만 경제 성장률 하락은 피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고령화로 인한 성장률 쇼크를 최소화하는 수단으로 한은이 제시한 세 가지 대응책도 뽀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현재의 직장인 정년을 5년 연장해 65세로 늦출 경우, 향후 10년간 성장률은 1.9%에서 2.3%로 0.4%포인트, 이후 2035년까지는 0.4%에서 0.6%로 0.2%포인트가 오른다는 것.

2015년 기준 57.4%인 국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66.8%)까지 올리면, 경제성장률을 0.3∼0.4% 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분석했다.

교육 내용의 개선이나 로봇,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혁신에 따라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2016년과 비슷한 수준인 2.1%로 가정한다면, 경제성장률은 1%에도 채 못 미치는 0.4∼0.8% 포인트 오를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향후 인구 통계의 추이에 따라 시나리오를 분석했다고 하는데,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3.9%를 차지했던 경제성장률은 2016년부터 2025년까지 1.9%로 하락하고, 그 뒤를 이어 2026년부터 2035년에는 0.4%대 까지 추락하며 2036년 이후에는 인구증가율 하락과 생산가능인구 비중의 하락이 더해져 거의 성장이 멈출 것으로 추정해 충격을 던진 바 있다.

또한, 인구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동생산성이 감소되고, 고령화에 따라 인구 감소로 시장 규모가 줄어들면 소비와 투자까지 위축될 개연성이 크다고 경고했는데, 노후준비가 부족하고 사회보장제도가 미흡한 탓에 고령층이 은퇴 이후 소비감소 추이도 선진국보다 훨씬 큰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가운데, 초고령화 시대에 IT 분야에서 노인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분당 신도시의 네이버 협력사이기도 한 IT업체 에버영코리아의 실험이 주목받고 있다.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모색하면서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의 코딩 강의를 듣는가 하면, 만 55세 이상의 직원만 채용해 평균 나이 62세, 최고령 82세까지 PC 앞에 앉아 일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

어르신들은 네이버가 찍어온 스트리트뷰 사진에서 개인정보보호를 목적으로 행인의 얼굴이나 차량 번호판을 지우는 일을 하거나 인터넷 게시판의 비방이나 욕설 게시물을 찾아 차단하거나 사용자가 올린 상품의 사진이 제대로 업로드됐는지 확인한다.

사회공헌 차원으로 생각했다가 생산성은 비슷하지만, 고객 불만이나 오류가 절반으로 줄고 청년들과 달리, 꼼꼼하고 끈기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마음을 바꿨다는 회사 대표는 이들 어르신에게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하루에 4~5시간씩 일할 수 있도록 하며 실버 IT전문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어르신들은 일과를 마치고 나면 영화, 사진, 인문학 등 다양한 동호회 활동을 할 수 있고 안과 검진과 가족 기념일도 챙길 수 있어 청년 시절에 전문가로 쌓은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신작 영화를 소개하는 영화 시사회장에서도 나이가 지긋한 원로 교수나 원로 영화인들이 참석하는 걸 자주 보게 되는데, 관심 분야에 대한 열정에 경외심을 갖게 되고 동년배 지인과의 꾸준히 교류하는 모습은 대화와 소통이 단절된 현대 사회에서 관계의 미덕을 환기한다. 

영화 <인턴>에서 젊은 CEO인 줄스(앤 해서웨이 분)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시니어 인턴 벤(로버트 드니로 분)처럼 급변하는 4차산업 혁명 시대를 맞아 청년 기업가의 사업에 대한 균형감 유지는 물론, 오랜 경험이 녹아있는 인사이트를 전해줄 '시니어 인턴' 제도도 적극 고려할 만하다.

고독사나 질병, 무위(아무 것도 하는 일이 없음), 빈곤 등 4대 노인 문제 발생을 예방하고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한 몰입의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는 활동의 개발과 실버 세대에 맞춘 일자리 대책이야말로 고령화 쇼크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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