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배 디에스피원 부사장 >

첨단기술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면서 앞으로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엘론 머스크(Elon Musk),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과 같은 과학자들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38~57%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발표되고 있다.

특히 식당 종업원, 트럭 운전사, 공장 노동자, 회계사, 소매점 점원 등 숫자를 다루거나 몸을 많이 사용하는 직업군에서 실업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정반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잘못된 전망으로 인한 우려가 커지면서 혁신을 저해하고, 사회 발전을 정체시킨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정보기술 혁신재단(ITIF)의 로버트 애트킨슨(Robert Atkinson)과  존 우(John Wu) 두 경제학자는 ‘잘못된 걱정(False Alarmism)’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미래 일자리에 대한 이런 잘못된 예측들이 그릇된 논리(faulty logic)에 따른 부정확한 분석(incorrect analyses)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잘못된 걱정(False Alarmism)’ 보고서 >

일자리 감소를 경고하는 보고서들이 자주 인용하는 자동차 모델, 청소기 개발 사례의 경우 명백히 판단에 따른 결정(judgement call)을 내리며 오류에 승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새로운 분석을 통해 향후 20년 간 일자리 수의 변화가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생산 현장의 일자리를 기계가 대신하겠지만 이를 통해 늘어난 수익이 새로운 투자를 유발하면서 기술개발, 판매 분야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일자리 성격은 바뀌었지만 그 수는  줄어들지 않는 이런 현상이 2010~2015년 미국에서 발생했다며, 미래 일자리 수 역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애트킨슨과 우의 보고서는 많은 전문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기술전략가인 사이먼 와들리(Simon Wardley)는 “신선한 내용을 담은 매우 놀라운 내용의 보고서”라고 논평했다. 워싱톤 포스트의 칼럼니스트 로버트 새뮤얼슨(Robert J. Samuelson) 역시 실업난 우려를 불식한 이 보고서를 격찬했다.

이들은 많은 사람들이 기술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메릴랜드대학의 과학사학자인 로버트 프리델(Robert Friedel) 교수는 “근대 이후 기술이 인류역사를 바꾸어놓은 세 번의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프리델은 “사람들은 그때마다 삶의 큰 변화를 경험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기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며 “앞으로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며, 개인적으로 이런 사고패턴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조립로봇 소여, 배달로봇 캐리 >

실제로 지난 1811~1813년 영국의 기술 반대자들(Luddites)은 섬유기계 도입을 적극 반대하고 일자리 보호를 위해 기계파괴 운동을 벌였으며, 1830년 농업인들은 도입되기 시작한 탈곡기를 파괴하며 강한 거부감을 표명했다.

이런 현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4년 파리의 택시 운전사들은 경쟁자로 부상한 우버(Uber) 택시를 불태우고, 작은 칼로 타이어를 파괴하는 폭력적인 시위를 벌였다.

첨단 기술에 대한 반감을 그대로 드러낸 대표적인 장면이다.

애트킨슨과 우 두 경제학자는 정책 당국자들이 이런 시위에 고무돼 그릇된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계속 기술억제 정책을 펴나간다면 기술개발을 방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조성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로봇 도입을 놓고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최근 생산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를 통해 혼란을 막기 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수렴되고 있다.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Bill Gates)는 로봇에 대한 세금 신설을 제안하고 있다.

미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의 앨런 바버(Alan Barber) 소장은 사람과 로봇이 경쟁하기보다는 일자리를 공유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세계변호사협회(IBR) 글로벌 고용정책연구소 게를린트 비스키어켄(Gerlind Wisskirchen) 부소장은 특정 산업이나 직업에서 급격한 일자리 감소를 막기 위해 ‘인간 쿼터(human quotas)’ 제를 시행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 산업용 로봇 파로, 감정인식 로봇 페퍼 >

정부 쪽에서는 교육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기술혁신으로 인한 일자리 변화에 맞춰 새로운 직업을 위한 교육을 수행하겠다는 것.

백악관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STEM 교육이 미래 일자리 상황에 맞는 인재들을 배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봇, 인공지능 등에 대한 공포가 증대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신기술로 인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는 중이다.

데이비드 케니(David Kenny) IBM 수석부사장은 최근 ‘와이어드’지를 통해 인력난을 호소했다.

오는 2020년까지 100만 명의 새로운 전문 인력을 배치해야 하지만 현장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전문가들 사이에 일자리 공포와 인력난에 대한 호소가 공존하는 가운데 기존의 인력관리 시스템에 변화가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급속히 변화하는 현재 경제·산업 구조에서 과거 사람과 기술이 경쟁하는 구도의 전통적인 고용정책을 적용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로봇으로 상징되는 기술을 놓고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새로운 기술의 역사가 쓰여지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비전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