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배 디에스피원 부사장 >

얼마 전 한 중소기업 대표와의 점심 식사자리가 있었다.

연 매출이 300억원을 넘는 반도체 부품을 공급하는 견실한 기업을 이끄는 CEO지만, 통상임금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나두 맘 같아선 전부다 인정해서 다 올려주고 싶지. 하지만 그렇게 갑작스레 임금이 늘어나면 회사 경영에 당장 타격이 올텐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통상임금에 대한 문제는 어제 오늘일은 아니었지만, 지난 8월말 있었던 ‘기아차 통상임금 1심 판결'에서 노조측의 이기면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 통상임금이란?

통상임금이란 일상적인 근로의 대가로 받는 임금을 뜻한다. 

근로기준법은 야근 · 특근 등 연장근로 시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지난 2013년 12월 전원 합의체 판결에서 정기적으로 근로자 모두에게  추가 조건 없이 일한 시간에 따라 지급하는 정기상여금 등은 모두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즉  정기성 · 고정성 · 일률성을 띈 수당이나 상여금은 모두 통상임금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그동안은 연장근로 ,야간근로, 휴일근로 수당을 책정할 때에도 상여금이 포함하지 않고 통상임금을 계산해왔다. 관행적으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 노동계 '환영', 재계 '반발', 정부 '통상임금 법제화' 추진

노동계는 '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은 그동안 잘못된 관행 속에 비정규직 남용과 장시간 노동으로 이득을 취해온 기업들에게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재계는 '법원의 통상임금 판결로 인해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기업 경영 악화'가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영환경이 가뜩이나 어려운 데 인건비까지 급격히 상승하면 큰 타격을 입게되고, 이는 기업을 넘어서 우리나라 산업계 전반의 생산성과 가격경쟁력 하락 · 투자 위축 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생산성이 늘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통상임금 범위만 확대하면 급격한 임금상승으로 인해 경제 전체의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일자리 축소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통상임금과 관련해 기업과 노조간 분쟁이 끊이지 않자 법제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통상임금의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다.

◆ 노사 상생의 자세 '절실'

물론 그동안 통상임금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한 기업들의 잘못이 크다.

재계가 관행이라는 미명하에 가장 줄이기 쉬운 경비 중 하나인 인건비를 편법적으로 지불하면서 회사의 이익을 키웠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이번 판결이 기업에게 일방적으로 부담을 가중시키다는 재계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부터 당장 인건비를 급격하게 늘리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경영이 심각한 타격을 받아 기업의 존폐가 흔들린다면 노동자도 자신의 일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기때문이다.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통상임금을 적용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그러한 지혜로운 판단은 정부나 법원이 아닌, 노동자와 기업-노사가 함께 대화를 통한 새로운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나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물결이 급격히 다가오면서 노동자의 역할이나 일자리 감소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노동자에게는 당장 일자리가 달린 문제이고, 기업의 경우 생산성이 달린 문제이다.

노사 상생을 위한 또 다른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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